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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업인 이야기/ 슈퍼잼의 프레이저 도허티 (FRASER DOHERTY)

6년전쯤...서점에서 이책저책을 뒤적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한권을 잡고 한참을 읽었다. 서서 읽느라고 나중에 다리가 아파왔지만 시간 가지는 중 모르고 읽었다. 그 책은 바로 "나는 스무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제목만 봐도 구미가 확 땡기지 않나? 그런데 섹시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진솔하고 유익했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녀도 이렇게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학교-학원이란 좁은 세상에서만 갇혀있기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주도적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저서 3권이나 낸 작가이자 대형수퍼마켓 최연소 납품업체 사장의 재미있는 이야기

사업이 번창하자 고교중퇴라는 승부수 던져...

이 책의 저자는 프레이저 도허티(FRASER DOHERTY)란 사람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만 해도 아직 소년미가 있는 앳된 청년이었는데 최근 또 출간한 새 저서에 실린 사진을 보니 청년을 지나 장년의 모습이었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서양 사람들은 확실히 노안?이긴 한가보다. 여튼...한때 반짝한 사업가가 아니라 꾸준히 성장하고 잘 나가는 기업가가 돼있었다. 

난 잼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2달전쯤 갑자기 식빵에 잼을 발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현대백화점 식품코너에 가서 슈퍼잼이 있나 찾아봤다. 6년전에는 이렇게 백화점에 들어오지도 않아길래 혹시나 해서 내가 수입해서 판매해볼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어느 젊은 여성이 호기롭게 독접수입권을 따내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하지 뭔가... 늦었네 늦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예 슈퍼잼코리아란 한국지점이 생겨 온라인은 물론 여러 다른 백화점들과 오프라인 매장들에 당당히 들어와 있었다. 우리동네 백화점에도 최근 들어왔길래 사와서 식빵에 발라 먹어봤는데 확실히 단맛이 인공감미료나 설탕에서 느껴지는 맛과 차원이 달랐다. 금방 다 먹고 재구매하게 됐다. 맛이 너무 깔끔해서 안살 이유가 없었다.

슈퍼잼은 프레이저 도허티가 10대때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잼만드는 비법을 자신만의 천연과일잼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동네 이웃들을 상대로 영업하다가 반응이 좋아 조금씩 사업을 넓혔고 결국은 대형슈퍼마켓에 납품하게 되어 최연소 사장이 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사업에 집중하고자 고등학교도 중퇴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자식도 부모를 평가하더라... 정신 차리게 해준 사람 ㅜㅜ

너무 귀여운 이야기이지 않나? 그런데... 이 친구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가 나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는 원래 의사가 되고 싶어했는데 학업능력이 못미쳐서 결국 엔지니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아버지가 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별로 행복해보이지도 않길래 우리 아빠는 왜 끝까지 의사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고 포기해서 지금의 인생을 사나? 하며 의아했단다.

 

너무 잘난 자식의 부모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날카로은 팩폭이 무섭기도 했지만 우리 자식들도 언젠간 나와 남편을 저렇게 냉정하게 평가하겠구나 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슈퍼잼 기업스토리.. 정체된 잼시장에 변화를 몰고 오다~~

여튼 슈퍼젬이란 회사는 어리지만 야무진 소년에 의해 영화같은 스토리가 녹아있는 회사이다. 창업자이자 대표가 워낙 혁신적이고 독청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기업문화도 독특하다. 동네 배달을 하던 사업 초창기, 도허티는 병의 뒷면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놨다. 슈퍼잼을 먹어본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한번은 병에서 상표를 떼는 것이 어렵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병을 재활용할 때 상표가 성가시다는 것이었다. 이후 도허티는 상표를 떼기 쉬운 재질로 바꿨다.

슈퍼잼 온라인 커뮤니티도 소통 경로로 이용했다. 현재 커뮤니티 회원 수는 1만여명. 커뮤티니 공간 중에는 ‘슈퍼잼 입점 제안하기’ 코너도 있다. 동네 소매점에서 슈퍼잼을 사고 싶은 팬들이 입점 제안서를 써내는 것이다. 제안서를 받은 도허티는 해당 소매점에 이를 엽서로 보낸다. 입점이 성사되면 제안 고객에겐 잼을 한 병 선물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효과는 쏠쏠했다. 수천명이 주변 소매점 입점을 제안했다.


도허티는 2007년부터 ‘슈퍼잼 파티’도 열고 있다. 동네 노인들을 초대해 빵과 함께 슈퍼잼을 제공하는 파티다. 예전에 할머니가 잼을 만들면 꼭 동네 사람들을 초대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영국 각지에서 연 평균 100여 차례 열리는 슈퍼잼 파티엔 1년에 500여명이 참석한다. 도허티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슈퍼잼 파티를 여는 팬들도 생겼다. 팬들이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모아 장소를 선정하고 지역 노인을 초청하는 것이다. 파티 이후에는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공유한다.


도허티가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도 슈퍼잼 팬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고 매장을 제안하며 동네 슈퍼잼 파티 때 자원봉사를 한 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슈퍼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제품을 가장 잘 판매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그가 사업을 한창 키워나갈때 잼 관련 시장의 역사까지 공부하며 잼시장이 정체되어 있고 오히려 점점 시장규모가 작아지고 있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업성이나 시장성이 없으면 진출하지 않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하는데 그는 오히려 건강에 좋은 천연과일잼이라는 컨셉을 내걸고 잼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사양산업이라고 기회가 없는게 아니라는 사실말이다. 

 

프레이저 도허티가 2013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더라는... 얼마전에야 알았다. 우리나라 여러 매체와도 인터뷰하고 사업관련한 여러 일정도 소화한 거 같았다. 아마 그래서 지금 내가 이 맛있는 잼을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나보다.